사람은 외부세계뿐만 아니라 내면세계에도 적응하며 살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내 마음'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마음' 즉 외부의 집단정신(집단의식)과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님을 안다.
더 나가 우리 마음속에 '내'가 모르는 더 깊은 마음인 무의식이 있음을 안다.
내면세계란 곧 이 무의식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외적인격-페르소나를 가지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세계에도 외적 인격과 매우 대조되는 태도와 자세, 성향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내적 인격이라 부른다.
아니마ㆍ아니무스는 바로 이 내적 인격을 말한다.
내적 인격은 자아가 내면세계와 관계를 맺는 징검다리와 같은 것으로서, '나'와 무의식의 더 깊은 층을 이어주는 매개자이다.
외적 인격이 외부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것처럼 내적 인격은 하나의 맺음의 기능이다.
아니마· 아니무스가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이면서 집단적 무의식에도 속하기 때문에 무의식 더 깊은 전체정신의 중심으로 인도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다만 외적 인격이나 내적 인격을 인격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인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구분된다.
심리적으로 서로 다른 관심과 특성을 나타내고 사회적으로도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되어 왔다.
그렇게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가는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무의식에는 남성과 여성의 페르소나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내적 인격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남성 무의식에는 여성적 인격이, 여성의 무의식에는 남성적 인격이 내적 인격으로 자리하게 된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남성과 여성의 의식에서 억압된 것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원초적 조건인 원형으로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핵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남성이 남성 호르몬뿐 아니라 여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고 여성에게도 남성 호르몬이 있는 것은 이런 원초적 조건의 생물학적 토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성 속의 여성, 여성 속의 남성
아니마와 아니무스/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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