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라는 허구

능력주의라는 허구

우리가 흔히 인간적인 요소라고 말하는 이것들,

728x90

 

공감력 좋은 사람들의 특징

즉 감각적 공감능력이나 감수성 등을 잃어버림으로써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점차 대상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자신이 지키고 추구해야 할 가치를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화폐에 대한 맹목적 태도를 드러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라는 냉소적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결국 인간의 권리를 화폐의 양과 동시 안의 태도, 소비능력이 개인의 권리와 위치를 지시하는 바로미터로 간주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가난'한 단순히 화폐가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그가 자기 계발에 실패한 무능력한 존재임을 의미하는 '죄'의 기호가 된다.

동시에 그것은 결코 타인에게 드러낼 수 없는 수치스러운 것이 된다.

 

반대로 화폐를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기 계발에 성공한 유능한 존재,

 

즉 도덕적 우월성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소위'능력주의'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이러한 논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굴욕감과 수치심을 가져다준다.

 

'부자'가 의무인 사회에서 가난한 자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존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상대를 움직이는 힘"의 비밀

아름다운 석촌호수에 감탄하는 오리

 신자유주의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자존감을 갖기 어려우며,

 

특히 상당한 모욕감이나 굴려감을 감내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자존감의 심각한 상처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

 

굴욕감은 자신이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지배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 형성되는데,

 

굴욕감에서 생긴 수치심은 되게 자기 비하와 자기혐오를 불러온다.

"상대를 움직이는 힘"의 비밀

사회의 하층에 속하는 사람들,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은 종종 이러한 굴욕감을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배제되도록 만든 실체적 원인을 발명하는 판타지 때문이다.

비단 배제된 존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내면이 파괴된 우리는 종종 "미워할 대상"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행위나 보복운전 같은 사건들이 바로 그것이다.

 

굴욕감으로 인해 무너진 자존감을 타인에 대한 폭력이나 혐오로 만회하려는 심리,

 

사회적인 상처를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에 또 다른 타인을 비윤리적인 태도로 대하는 악순환,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을 '생존'과 '경쟁'으로 정당화하려는 자기 합리화 등은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는 감정, 도는 심리상태이다.

 

이러한 감정, 또한 심리상태를 통해 우리 시대의 내면풍경을 살피는 일이야말로 지금 인문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 아닐까.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고봉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