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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걱정해주는 사람

by 매공녀 2023.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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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과 마찬가지로 해운 사람들도 한두 가지 걱정거리는 늘 있었었다.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사람도 있고,

 

갑자기 월식이 일어나 달이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만간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었다.

 

세상이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이도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 아이거나 여자아이거나 쌍둥이거나 더 나아가 세 쌍둥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해움 사람들은 누구보다 똑똑했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는 데도 뛰어났다.

 

 라디오가 보급되자 신발 수선공은 사람들이 집 안에서 라디오를 듣느라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이었으며,

 

마차를 몰고 다니는 마부는 비 온 뒤에 땅이 너무 빨리 굳어지지 않아서 문제였고,

 

지렁이를 미끼로 쓰는 어부는 땅이 너무 빨리 굳어져서 문제였다.

 

생선 가게 주인은 생선의 비린내가 전보다 약해져서 다른 가게들에 비해 자기 가게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이 걱정이었다.

 

모자 가게 주인은 해마다 기온이 올라가는 탓에 모자 쓰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걱정이었으며,

 

반면에 사람들이 챙 달린 모자로 해를 가려야만 하도록 여름이 두 배로 덥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걱정들이 각자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했으므로 사람들의 마음을 해방시켜 줄 특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의회가 소집되어 격렬한 걱정을 토로했다.

 

의회 대표 배렉이 먼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입을 열자,

 

다른 의원들도 일어나 각자의 걱정을 보탰다.

마음을 갉아먹는 이 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최고 현자 하임이 일어나 한 가지 계획을 말했다.

 

"집 안에 앉아 걱정만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밖으로 나가 우리의 일상에 매진합시다.

그럼 걱정들도 물리쳐질 것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그때 양복 재단사인 체크가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미래에 대한 걱정을 멈춘다면 어떻게 좋은 미래가 찾아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보석상 마루흐가 한 가지 번뜩이는 제안을 했다.

 

사람들이 하루에 오직 한 가지씩만 걱정을 하도록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었다.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묘안에 모두 박수를 치려는 찰나,

 

지혜에 있어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여인숙 주인 레이조르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것은 오히려 한 가지 걱정을 더해 줄 뿐이에요.

 

걱정할 일이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서 매일 한 가지를 고르는 일만큼 더 큰 고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식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격론을 벌인 끝에 의회는 해윰 사람 전체를 위해 대신 걱정해 줄 '걱정 전문가'를 1명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걱정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일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자들은 가난한 빵장수 모스코에게 그 직업을 제안했다.

 

그가 만드는 빵은 너무 맛이 없어서 물고기를 잡을 때 미끼로밖에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늘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든 밀가루 반죽이 그에게는 걱정 덩어리였다.

빵이 구워지는 오븐을 바라볼 때마다 걱정까지 함께 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따라서 전문적인 고민가로서 적임자였다.

 

모스코는 새로운 직업에 흥미를 가지며 말했다.

 

"해움사랑 모두의 걱정을 내가 대신해 주는 일이란 말이죠?

 

그 대가로 보수는 넉넉히 줄 건가요? "

 

의회의 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람의 고민과 걱정을 대신해 주는 대가로 각각의 가정마다 한 달에 일 그로시(폴란드의 화폐 단위, 100 분의 1 즈워티)를 주겠네."

그러자 모스코가 말했다.

"잘 안될 겁니다.

걱정하는 대가로 나한테 그만큼 월급을 준다면, 내가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현자들은 모스코의 말이 옳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자리에서 말을 바꿨다.

"반드시 보수를 지불하기로 약속하겠네.

 

하지만 자네도 알듯이 지금은 마을 전체가 형편이 어려우니 외상으로 하겠네."

 

 그렇게 해서 모든 가정은 걱정에서 해방되었지만,

 

모스코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사람들이 정말로 지불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가정들도 한 달이 다가오자 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걱정 전문가에게 지불할 돈을 매달 어떻게든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생 우화/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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