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것이 의문이었다.
말 그대로 <오리배>다.
우선은 앉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오리라니, 절대 찬성할 수 없다.
게다가 끊임없이 발로 페달을 돌려야 한다.
퐁당퐁당 퐁당 또 그 소리가 그렇게 이상할 수 없다.
하여간에 그걸 타고 퐁당퐁당 퐁당 물 위를 떠다닌다.
그럴 리가 싶지만, 그게 전부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오니 바보 된 기분이었다.
21세기인데 이걸 타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래도 꽤 타더라고, 나도 놀랐다니까.
사장은 정말이지 놀란 눈치였다
놀랍게도, 사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휴일이 되자 이럴 수가 싶은 수의 사람들이 오리배를 타러 왔다.
근처에 소읍이 있었고, 또 조금 떨어진 곳에 개발이 한창인 신도시 예정 지구가 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그곳의 주민들이었다.
서울까지 32킬로 미터라고 써진 표지판을 볼 때마다, 그래서 나는 다니던 대학의 현판을 읽는 기분이었다.
전문대라는 단어 역시, 늘 어딘가에서 32킬로미터 떨어진 느낌이었다.
퐁당퐁당 퐁당, 그래서 이곳의 가족들이, 혹은 커플들이 한 마리의 오리를 타고 앉은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묘한 연민의 정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뭐랄까, 저렴한 인생들 사이에 흐르는 심야전기와 같은 것이었다.
평일의 한낮에 이런 델 찾아와 퐁당퐁당 오리배를 타는 사람들이 그러나 세상에는 존재했다.
몰래 보트를 훔쳐간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퐁당퐁당 퐁당 잘도 저수지를 노리는 것이었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호루라기를 불자 열심히 건너편 기습에 보트를 대더니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정말이지 알고 싶었다.
쌍둥이를 데리고 온 주부도 있었다.
연인인지 부부인지 한 쌍의 외국인 노동자가 온 적도 있었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알 수 없으나, 세상이 외곽에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심야전기가 흐르듯, 퐁당퐁당 퐁당 퐁,
그것이 보트 피플이다.
카스테라/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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