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루게릭병1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다 2000년 어느 봄날, 나는 성균관 명륜당 앞마당에서 있는 은행나무 아래로 갔다. 명륜당은 바로 1398년부터 국가의 인재들이 모여 학문을 익히고 선비 정신을 연마하던 된 곳이 아닌가. 그곳의 두 그루 은행나무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드높은 기개와 학자로서의 숭고한 지조를 다지는 젊은이들에게 의연한 표상을 보여주려는 듯, 그 모습이 고고하고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수백 년을 한결같이 그곳에서 서서 역사의 영욕을 아우르며 구름처럼 솟아나, 크고 작은 바람들을 기꺼이 친구로 받아들이는 너그러움과 여유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래서 나는 무서운 침묵에 잠겼다. '내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니! 그래서 이제 기껏해야 삼사 년밖에 살 수 없다니! 나는 머리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이수해야 할 학점과 시험을 모두 마치고 이.. 2023. 6. 14.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